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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프로스포츠 '재정자립 키워드 셋', 인식전환-융복합-뉴컨텐츠


[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최대성 기자] 한국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는 규모나 인기도 면에서 '4대 리그'로 꼽힌다.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시대를 열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프로스포츠 구단의 재정상황을 들여다보면 이 수치들이 모두 부질없어진다. 흑자 경영을 하고 있는 구단이 전무할 정도로 재정 자립도가 낮은 게 현실이다.


이에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제101회 스포츠산업 포럼을 열었다. 학계와 프로스포츠 구단, 스포츠 통계전문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프로스포츠 비즈니스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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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서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가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101회 스포츠산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아내와 자식 빼고 다 팔아라', 세일즈의 중요성 키워나갈 때

'프로스포츠 활성화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은 최준서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5. 26 올림픽파크텔 선언문을 만들어 제창하고 싶다”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팔아라’라고 외치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혁신을 강조하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고 했던 말을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현실에 맞게 바꾼 것. 최준서 교수는 그만큼 세일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디자인-머천다이징-스타일의 합성어인 ‘디머스(DeMerS)’를 한국 프로스포츠 시장을 바꿀 요소로 꼽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을 실은 것은 세일즈였다. 최 교수는 “종목과 관계없이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재정자립도 향상을 위해 각 구단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택해야 하는 것은 인식의 변화다. 그동안 프로구단의 직원으로서 금기시 됐던 경영철학을 도입해야 하는 시기다. 무엇이든 팔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때”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통해 사례를 들었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라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이 증권가에 인턴으로 입사한 첫날, 선임이 전화기 한통만 놓인 빈 책상에 그를 앉혀놓고 하루에 전화를 500통씩 돌리라고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최 교수는 “미국 프로스포츠 프런트는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디카프리오와 같이 영업직이다. 미국 프로축구 구단 LA 갤럭시는 직원의 60%가 영업직이고 나머지가 마케팅을 포함해 기타 업무를 맡고 있다”며 “하루에 전화를 200통씩 돌려 경기 티켓을 팔고 스폰서십을 파는 게 그들의 할 일이다. 프로스포츠 구단도 결국에는 개미군단 같이 일하는 영업직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사례도 들었다.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단장을 역임한 조태룡 K리그 강원FC 대표이사다. 최 교수는 “조태룡 대표는 보험왕 출신으로 프로구단의 대표이사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프로스포츠 구단 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이끄는 분”이라며 “프로스포츠 구단도 호텔, 제약, 자동차, 카드사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린 인재들을 영입해 진정한 의미의 융복합 활동을 이뤄야 할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더 이상 영업이 프로스포츠와 괴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거듭나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디자인과 머천다이징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 특히 그는 “디머스 교육과정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신설했던 게 국내 유명 편의점의 본부장과 팀장들을 강의실로 불러 강의를 의뢰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 프로구단이 겪는 공간의 협소함을 극복하는 데 편의점 사업처럼 좋은 예가 없다. 편의점 업계는 좁은 공간서 매출극대화 방법을 과학화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공간에서의 머천다이징 활동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머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 교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스포츠 활성화 방안의 중추는 결국에는 소비자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알맞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고객이 편한 TV 앞을 벗어나 경기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그 긍정적인 체험을 통해 고객이 반복적으로 경기장에 올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김봉준 스포츠투아이 부사장이 제101회 스포츠산업포럼에서 한국형 스포츠 빅데이터 마켓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무궁무진한 미래가치 '빅데이터' 활용  

스포츠 기록 통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포츠투아이의 김봉준 부사장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있는 컨텐츠로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에 주목했다.


김 부사장은 “현재 빅데이터를 통한 트래킹시스템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선수들의 모든 움직임을 쫓아가며 데이터를 만드는 방식”이라며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에서 비디오 판독으로도 가려낼 수 없는 상황이 나왔지만 이 시스템을 활용해 아웃을 잡아냈다”고 밝혔다.


이어 “축구에서 골라인 판정, 수영에서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를 넘어서 훨씬 더 다양한 부분에서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며 “스웨덴 트라캅이라는 시스템이 가장 각광받고 있다. 유럽 축구 4대리그가 모두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 시스템은 현재 관절 트래킹시스템까지 현실화시켰다. 헤딩슛을 하는데 목의 각도가 얼마나 꺾일 때 가장 이상적인지 실시간으로 자동 계산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미래가치가 높다. 김 부사장은 “MLB에서는 유료 TV의 경우, 중계화면 자체에 투수와 타자의 성향, 각종 기록 등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다”며 “한국에서도 IPTV와 삼성전자의 스마트TV의 경우 중계사와 관계없이 데이터를 받아 볼 수 있다. 현재는 모두 무료지만 앞으로 유료화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가 발전할수록 현장을 찾는 팬들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반기를 들었다. 김 부사장은 “스마트폰 시대인 만큼 현장에서도 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야구장의 테이블석에 태블릿을 설치해 현장감을 느끼는 동시에 빅데이터가 주는 재미까지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조희준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이 도쿄돔 사례를 통해 본 일본의 스포츠 시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경기 외의 가치, 팬들을 발길을 붙잡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조희준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전문위원은 일본의 돔구장 사례를 통해 융복합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했다. 조 전문위원은 도쿄돔과 삿포로돔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도쿄돔의 경우 민간자본이 만든 경기장이다. 야구장만 지어진 것이 아닌 온천과 권투경기장, 호텔까지 ‘도쿄돔시티’라는 하나의 단지를 형성했다”며 “1988년 당시 350억 엔(3763억 원)을 투자했을 만큼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문위원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도쿄돔은 1년에 프로야구와 콘서트, 전시회 등을 통해 300일 정도 가동되고 있다. 여기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훈련일까지 합치면 거의 1년 내내 사용되고 있는 셈. 2014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매출이 135억1800만엔(1453억 원)에 이를 정도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초기 비용이 막대하지만 매일같이 구장을 가동하며 큰 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전문위원은 “3인 1조로 구성된 단정한 복장의 근무자들이 최대 80개소 출입구에 배치돼 소지품 검사를 통해 안전을 도모하고 질서관리에 힘쓴다”며 “지방 관광객을 불러오기 위해 수학여행단 도쿄돔시티 투어도 진행하고 지역 공항에 리무진 버스를 배치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영상을 통해 삿포로돔의 사례도 소개했다. 평소 야구장에서 축구장으로 자유로운 변신이 가능한 구장이다. 부채꼴 모양의 야구장을 직사각형의 축구장으로 만들기 위해 좌석의 위치도 변하고 마운드도 구장 밑으로 내려간다. 구장 내 정비가 끝나면 야구장 외부에 있는 축구장이 통째로 옮겨진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게 전 자동 시스템으로 8시간이면 완료된다는 것.

삿포로돔에서는 야구와 축구를 비롯해 콘서트, 박람회는 물론이고 크로스컨트리와 실내 자동차 랠리 대회도 진행됐다. 다양한 활용도로 구장의 가치를 높이는 사례다.



▲ 주형근 SK 나이츠 프로농구단 차장이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진화를 위한 노력에 대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형근 SK 나이츠 프로농구단 차장은 ‘스포테인먼트’를 통한 관중 유치를 강조했다. 주 차장은 “구단은 팬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단이 기록 등 개인 목표에만 신경 쓰며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구단에서도 성적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스포테인먼트’로 팬들의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 정기적인 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좌석 교체와 음식 서비스 개선을 시작으로 별명 유니폼, 팬 사인회 정례화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스포테인먼트 시행전보다 수입이 15억 원에서 40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SK의 새로운 마케팅은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CF 패러디, 경기 시작 전 암전쇼, 찾아가는 농구교실 개최 등을 실시한 결과 스포테인먼트 2기(2011년~2014년)에는 프로농구(KBL) 최초로 8시즌 연속 15만 관중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 차장은 “스포테인먼트의 결론은 관중들에게 재미와 감동 등을 선사하며 행복을 안겨주면 그들을 팬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팬 중심 사고로 볼거리와 먹거리,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취재후기] 한국 프로스포츠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재정자립도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하나 다행인 점은 모기업에만 의존했던 과거 풍토에서 벗어나 점차 자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설립되며 이런 움직임에 힘이 붙고 있다. 또 프로스포츠 구단들은 과거의 실패 사례를 거울로 삼고 모범사례를 배우기 위해 해외에도 많은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당장 희망적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긍정적인 발걸음을 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제101회 스포츠산업포럼 참가자와 관계자들이 포럼의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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