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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3 오후 5:46:00 김태석

(베스트 일레븐=잠실)

축구를 비롯한 최근 모든 스포츠에서의 경쟁은 단순히 선수들의 실력만으로 승패가 판가름 나지 않는다. 선수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재화와 서비스도 주목받는 시대다. 당연히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포츠 산업의 가치도 드높아진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이 스포츠 산업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오정석 한국 스포츠 산업협회 회장에게서 한국 스포츠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어봤다. 스포츠 산업 혹은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꽤나 훌륭한 정보가 될 것이다.

Q. 축구 팬들에게 한국스포츠산업협회라는 단체가 생소할 법하다. 소개를 부탁한다.
“2008년에 한국스포츠산업진흥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출범 당시 스포츠 산업과 스포츠 정책이 분리되는 시점이라, 정부 차원에서 새로 대두되는 스포츠 산업을 키울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스포츠 산업 기업이 대체로 영세했던 데다, 정부가 지원하려고 해도 스포츠 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흐릿했던 상황이었다. 그때 스포츠산업협회의 필요성이 대두해 스포츠 산업 기업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가 한국스포츠산업협회다.”

Q. 이 단체에서 본래 이사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언제부터 이 단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
“2010년에 이사로 오면서 인연을 맺었다. 협회 자체는 거의 준비됐으나, 사업적으로 활성화하지 못한 상태라 함께 키워보자는 의지를 갖고 왔었다. 2011년에 조직을 체계화시켰고, 함께 일하자는 의지가 생겨 바로 부회장을 하게 됐다. 그러다 새 회장님이 오시게 되면서 부회장을 내려놓고 다시 이사로 내려온 후, 회장님을 도울 부회장님을 새로 모셨다. 다만 과정이 썩 좋지 못해 협회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 부회장제가 활성화가 되지 못해 다시 이사회 체제로 운영했고, 김도균 전임 회장님께서 한국스포츠학회장으로 가게 되면서 우리 협회 회장직을 겸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때 현장에 있는 기업체 대표나 임원이 협회 회장을 했으면 하는 뜻이 모였다. 정부에서도 실제 스포츠 산업 기업 대표가 회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보여 회장직을 맡게 됐다.”

Q.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추대됐다고 들었다.
“본래 총회 의결 사항인데, 연말에 긴급한 상황이 있어 이사회에서 추대됐다. 지난해 12월 초에 구두로 추대됐으며, 연말 정기 총회를 통해 추인받았다. 만장일치는 다른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장직을 맡으면 혜택을 얻을 수 있다면야 경쟁했을지 모르지만, 이 일은 봉사적이라 그런 듯하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스포츠 산업을 일으키고 영세한 중소기업들을 도와줘야 한다.”

Q. 한국 스포츠 산업협회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 달라.
“그간 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 전략 중 스포츠 산업에 대한 전략이나 배려는 없었다. 스포츠 서비스업, 예를 들어 스포츠 마케팅·에이전시·이벤트 등 다른 산업군과 함께 분류됐다. 해서 스포츠 산업 카테고리를 따로 묶고자 했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 다만 스포츠 산업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터라 정부 정책에 반영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하고 정책 실무 토의도 많이 가졌다. 포럼 등을 통해 전략과 지원책에 대해 연구도 했다. 아직 이전보다 많이 나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현장의 몇몇 기업은 1인 혹은 2인 기업인 경우가 대다수일 정도로 영세하다 보니 회원사 규모가 다소 줄어든 감도 있고, 국내 스포츠 산업 제조 기반이 무너져 인건비가 싼 해외로 노동력이 전환되는 등 산업 구조가 바뀌어 업종을 떠나신 분도 많다. 그래도 남은 회원사 중 혜택을 보신 분도 많은 건 다행스럽다.

협회에서 일견 구실을 했던 부분도 있다. 과거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은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전략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분들에게는 금융 지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국민체육진흥공단·스포츠정책과학원 등 여러 단체에서 실질적 지원책을 많이 내주고 있는 터라 많이 개선됐고, 우리 협회에서도 여기에 동참했다. 앞으로도 더욱 활동을 이어가 이들 단체와 네트워크를 통해 실질적 지원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회원사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과제다.”

Q. 전체적 관점에서 한국 스포츠 산업의 비전과 문제점을 짚어 달라.
“비전은 주어진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보인다고 본다. 간혹 스포츠 산업 관련 정책 담당자가 ‘왜 한국에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없느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왜 그걸 우리에게 묻는가’라고 되물었다. 현재 이 산업에 몸담은 이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실 모두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답인 것 같다. 그간 정부는 알아서 될 거라는 방관적 시각으로 스포츠 산업을 바라봤었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 2002 FIFA 한·일 월드컵,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등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를 두루 개최한 한국이 정작 토종 브랜드를 띄운 건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츠 산업이 역동한 게 약 50년 정도가 되는데, 그런 노력을 우리는 함께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포츠와 산업을 별개로 봤었다.

스포츠 산업의 포인트는 ‘아이덴티티’다. 정체성이 없는 산업은 그냥 흘러가는 산업일 뿐이다. 이를테면 나이키는 육상화부터 시작해 선수들에게 자사 제품을 직접 신겨가며 제품 가치를 드높였고, 이게 성공하자 다른 종목 제품으로 점점 사업 영역을 확대해 지금의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아디다스는 아돌프 다슬러라는 축구화 수선 장인의 아이덴티티가 만든 기업이다. 십수 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자신의 축구화 제작을 산업화해서 대량 생산 판매한 게 커다란 산업체로 이어졌다. 우리는 그런 노력이 없었다. 더욱이 프로 스포츠 시장이 성장하면서 동반 성장한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달리 지금 시작하는 스포츠 산업들은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금은 기업체 혼자 잘한다고 해서 그런 대형 브랜드를 이길 수 없는 구조다.”

Q. 그렇다면 우리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는 그간 발전 가치가 있으면 산업적으로 지원해 육성했다. 자동차·반도체·AI 등을 활성화하려 하고, 기업들도 여기에 함께 투자한다. 그런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육성에는 인색했다. 사실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곰곰 떠올려보면 한국에도 자체 브랜드가 있었다. 삼성그룹이 운영했던 라피도를 비롯해 코오롱 스포츠나 화승 르까프 등이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까지 나름 잘 크다가 시장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현재 남아있는 건 프로스펙스 정도다. ‘오너십’을 가진 기업이 성장하려면 10~20년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그만큼 투자금이 커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시간과 돈을 모두 안 썼고, 오너십 없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다 보니 실적에만 매몰하는 일이 발생했다. 실적을 내야 하니 투자를 못 하고, 1만 원짜리 상품을 1만 1,000원에 파는 데 급급해한다. 항상 쳇바퀴만 돌았고, 한 단계 끌어올리지 못했다. 이런 난맥상을 산업 관련자들이 함께 연구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구조로는 절대 한국의 중소 스포츠 산업체가 대기업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Q.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는 대형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니, 이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풀뿌리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삼은 후, 유통 서비스업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남의 브랜드를 가지고 와서 잘 파는 기술만 있으면 되는 유통 서비스업은 정말 잘 발전되어 있다. 반면 제조업 기반은 무너진 상태다. 제조업은 정말 중요하다. 신종 코로나바 이러스 사태 때문에 중국산 부품을 사들이지 못해 최근 타격을 받았다는 우리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겠다. 사실 부품 자체는 얼마 하지 않지만, 원가나 인건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중국에 맡겨뒀다가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리스크 관리를 잘못한 것이다. 스포츠 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가내 수공업 수준이라도 좋으니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일본 스포츠 브랜드 미즈노나 아식스의 경우, 그들의 최고가 상품은 일본 내 공장에서 일본산 원자재로 만들고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국내 산업 환경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와 굉장히 다른 점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철학을 가질 새도 없이 제조업 기반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경영하고 있는 싸카스포츠의 경우, 축구화는 생산할 상황이 못 되지만 축구공은 가능하다고 봐 파키스탄 기술자들을 데려와 생산하고 있다. 물론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 내부에서는 정리해야 할 사업 파트 1순위로 보는 이도 많다. 그래도 버리지 않을 생각이다. 한국에서 축구공 생산 기술은 우리만 가지고 있으며,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이나 양궁에서도 토종 브랜드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특화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존재한다면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본다.”

Q. 그렇다면 임기 동안 세계적 글로벌 토종 브랜드의 초석을 다지는 게 목표인가?
“그렇다. 그러나 오너십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전문 경영인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실적을 쫓아야 할 그들에게는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 갈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 가치를 생각하는 오너십이 필요한 이유다.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간 대기업에서 구조 조정할 때 효율성 없는 파트를 가지치기할 때 1순위로 거론되는 게 바로 스포츠 산업이었다. 1994 FIFA 미국 월드컵까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스폰서였던 라피도는 그래서 아쉽다. 그 기업을 좀 더 끌어주었다면 지금에 이르러서는 크게 됐을 것이다. 하나 실적 때문에 중도에 놓아야 했다. 밥 먹을 때 손가락 세 개만 있어도 된다고 해서 두 개를 버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Q. 임기가 2년이라고 들었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를 어떻게 이끌고 싶은가?
“어느 단체든 재정 자립도가 중요하다. 그간 협회의 재정 자립도가 뒤따르지 못하다 보니 회원사간 네트워킹이 부족했다. 이는 협회가 더욱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포츠 산업을 하는 사람들끼리 동질감과 동지애가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회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향후 2년간 재정 자립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게는 20~30년 후 한국에도 글로벌 스포츠 산업 기업이 탄생하는 걸 꿈으로 삼고 싶다. 모든 회원사 오너들이 이런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협회를 대표해 정부를 상대로 산업계의 요구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목소리를 많이 내도록 하겠다. 또한 협조도 하고, 연구도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덧붙여 질문한다. 조만간 <베스트 일레븐>이 창간 50주년을 맞는다. 한때 <베스트 일레븐> 발행인으로도 활동했는데 조언을 남긴다면?
“지금도 애정을 갖고 있는 매체다. <베스트 일레븐>은 우리 축구계와 스포츠 산업에 굉장한 자산이라고 본다. 홀대해서는 안 되며,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내줘야 하는 미디어다. 사실 처음 <베스트 일레븐> 발행인이 됐을 때 15년 정도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구실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결과적으로 9년만 함께 했지만, 주변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한 건 정말 보람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금 임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오프라인 매거진의 가치를 지켜가면서 인터넷 기반의 기사 제공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국내 축구 미디어에서 1등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켜나갈 수 있다고 본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최근 미디어 플랫폼이 급격하게 바뀌는 시대인 만큼 그 흐름에 따라가는 노력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스포츠산업협회 회장으로서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사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는 열악한 재정 등 여러 이유로 자칫 문 닫을 위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 그러나 협회가 지닌 가치의 소중함을 안 몇몇 학자가 중심이 되어 힘든 시기를 견뎠고,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오게 됐다. 과거 <베스트 일레븐>에서 징검다리 구실을 했듯 여기서도 체제를 정비해 디딤돌 하나 놔주고, 다음 회장님에게 자리를 물려주었으면 한다.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현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와 발전상을 공유하는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가치 있는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됐으면 한다.”

인터뷰=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김동하 기자(www.bestel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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